문어 삶는 법, 7분 삶고 4분 뜸 1kg 기준 이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문어는 어중간하게 삶을 때 가장 질겨집니다. 1kg 기준 끓는 물에 6~7분, 불 끄고 뚜껑 덮어 3~4분. 이 두 박자면 충분합니다.

문어를 삶다가 고무처럼 질겨진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으실 겁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문어 살에 열이 들어가면 근섬유가 수축하면서 머금고 있던 물을 짜냅니다. 여기서 더 가면 살을 묶고 있는 콜라겐까지 수축해서 물을 한 번 더 밀어내요. 문어는 콜라겐이 유난히 많고 그 결합이 촘촘한 편이라 이 단계에서 확실히 질겨집니다. 그런데 그 콜라겐이 녹아 젤라틴이 되려면 훨씬 높은 온도로 훨씬 오래 가야 합니다. 결국 어중간한 지점이 최악이에요. 물은 다 빠졌는데 콜라겐은 아직 안 녹은 상태니까요. 집에서 문어숙회로 드실 거라면, 물이 빠지기 전에 끊는 쪽이 맞습니다.
손질 안 된 문어라면 먼저 머리를 뒤집어 내장과 먹물을 제거하고, 눈과 입(가운데 단단한 부리)을 잘라냅니다. 손질된 문어를 사셨다면 이 과정은 건너뛰셔도 됩니다.
큰 볼에 문어를 담고 밀가루를 서너 큰술 뿌린 뒤, 빨판 사이사이를 손으로 조물조물 문질러 주세요. 밀가루 입자가 표면의 끈끈한 점액질과 빨판에 낀 이물질을 붙잡아 끌어냅니다. 비린내는 대부분 이 점액질에서 나기 때문에, 이 단계를 대충 하면 뒤에서 뭘 넣어도 잡히지 않아요.
이때 다리를 손으로 힘주어 주물러 주시면 좋습니다. 원래 문어는 두들겨서 연하게 만드는 재료예요. 도마에 내리치는 것만큼은 아니어도 같은 결의 과정이라, 씻는 김에 같이 하시면 손해 볼 게 없습니다. 흐르는 물에 밀가루가 완전히 씻겨 나갈 때까지 헹굽니다.
냄비에 문어가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붓고, 무를 도톰하게 한 토막(3~4cm), 대파 한 대, 소주나 청주 두 큰술을 넣어 팔팔 끓입니다. 소주의 알코올은 끓으면서 날아갈 때 잡내를 같이 끌고 나갑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갑니다. ‘무를 넣으면 디아스타아제가 연육을 해준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디아스타아제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인데 문어에는 전분이 없고, 애초에 끓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효소는 열로 파괴됩니다. 원래 문어는 생무로 두들겨 패서 연하게 만들던 재료인데, 그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무와 함께 삶으면 부드러워진다’로 바뀐 걸로 보입니다.
그럼 무는 왜 넣느냐. 비린내를 덮어주고 국물에 감칠맛을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넣을 이유는 충분해요. 연육을 원하시면 1단계에서 손으로 주물러주시는 편이 훨씬 확실합니다.
물은 반드시 팔팔 끓인 뒤에 문어를 넣으세요. 찬물부터 같이 올리면 문어가 미지근한 물에 오래 머물면서 물만 빠집니다.

문어 다리를 잡고 끓는 물에 3초 담갔다 빼기를 세 번 반복합니다. 다리가 도르르 말리면서 모양이 잡히고, 껍질이 벗겨지는 것도 덜해요. 제사상이나 손님상에 올릴 거라면 꼭 거치시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 문어를 통째로 넣고 1kg 기준 6~7분 삶습니다. 그리고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3~4분 그대로 두세요. 이게 수산시장 상인분들이 쓰는 방법인데, 이치에 맞습니다. 겉면을 더 익히지 않으면서 남은 열로 속만 천천히 데우는 거예요. 2kg짜리라면 12~14분 삶고 똑같이 3~4분 뜸을 들이시면 됩니다.
시간은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만 기억하세요. 다리만 잘라서 삶으면 훨씬 빨리 익고, 통마리는 머리와 다리가 만나는 밑동이 제일 두꺼워서 거기가 기준이 됩니다. 젓가락으로 그 부분을 찔러 쑥 들어가면 다 된 겁니다.
만약 아주 큰 문어를 결대로 찢어지는 야들야들한 식감으로 드시고 싶다면, 그때는 어정쩡하게 20분 하지 마시고 40분 이상 뭉근히 가셔야 합니다. 그래야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풀립니다. 숙회로 드실 거면 이 길은 아니에요.
뜸까지 끝난 문어를 냄비에 그대로 두면 계산해둔 시간이 의미가 없어집니다. 건져내자마자 얼음물에 바로 담가 30초 정도 식혀주세요. 뜸으로 속까지 데워놨으니 이제는 열을 끊어줄 차례입니다.
빠르게 식히면 껍질이 벗겨지지 않아 모양이 곱게 유지되고, 식감도 한결 탱글하게 살아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김 식으면 물기를 털고 어슷하게 썰어내면 문어숙회가 됩니다. 초고추장이나 참기름 소금장을 곁들이면 그대로 한 상이에요.
남은 문어는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랩으로 감싸 냉동하시면 됩니다. 삶은 국물은 버리지 마시고 라면이나 국 육수로 쓰면 감칠맛이 좋습니다.